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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묶을까? 그냥 풀어두는 쪽이 좋나. 욕실과 이어지는 드레스룸의 복도에 선 소운은, 한참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머리카락과 씨름을 했다. 오늘 그녀의 선택은 가운데를 벨트로 조인 흰색 셔츠 원피스로, 날씨가 쌀쌀해질 때를 대비해 챙길 예정인 회색 레더 자켓은 은근한 하늘색 빛이 감돌아, 빛 아래에서는 오묘한 색깔을 내고 있었다. 신발은 운동화를 신는 게 좋으려나. 목이 낮은 부츠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이젠 어느덧 가슴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을 매직기로 돌돌 말아 한쪽으로  내려두며 소운이 중얼거렸다.

 

"준비 끝―."

 

방문을 열고 나온 소운의 어깨에는 은색 걸쇠가 달린 검은색 핸드백이 들려있었다. 며칠 전 친구와 함께 놀러나가서 사온 것으로, 오늘까지 드레스룸에서 숨어 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소운은 사온 물건을 늘여놓고 세한에게 자랑하는 성정도 되지 못했기에, 세한이 그녀의 새 가방을 제대로 보는 것은 그날이 처음일 터였다.

 

"괜찮지."

"괜찮네."

 

세한은 자연스레 소운의 가방을 가져가더니,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금을 여는 것을 보아 가방의 모양이 궁금하기보다는 내용물에 관심이 있는 듯했다.

 

"차 키 잃어버렸어?"

 

은색 차키가 가방에서 빠져나오더니 그의 손에 들려 짤랑거렸다. 달려있는 키링은 없었기에 처음부터 차키와 함께 나온 고리와 맞부딪히면서 나는 소리였다.

 

"아니. 인벤토리에 있을 텐데, 꺼내기 귀찮아서."

 

자연스레 왼손으로 열쇠를 옮겨쥐며 그는 현관에서 발목을 조이는 형태의 조커 부츠를 신었고, 소운은 그 옆에서 흰색 첼시부츠를 골라 발을 밀어넣었다. 포인트로 신은 진회색 양말과 첼시 부츠의 옆면에 들어간 회색 색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듯했다. 나쁘지 않네. 현관 한쪽 벽을 차지하는 거울에 비치는 제 모습을 바라보며 소운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대각선 앞에 선 세한이 검은색 레더 자켓에 통이 넓은 회색 청바지를 입기까지 했으니, 이대로 바깥을 나선다면 영락없는 한 세트로 보일 터였다. 바깥을 걸어다니는 데이트가 아니라 차를 타고 예약해둔 식당을 빠르게 갔다오는 가벼운 외출이라는 것이 아쉬울 지경이었나, 평소보다 살짝 뿌리가 굳게 선 듯한 그의 헤어스타일을 보는 이가 한 명이라도 더 줄어들리라는 점은 기껍게 느껴지기도 했다.

 

"식당 옆에 있는 카페도 같이 가는 거지?"

 

엘리베이터에 함께 올라타며 소운이 묻자, 세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고 싶다며. 아니야?"

"맞아, 그냥 확인 차. 그 카페 내부가 엄청 귀엽다고 했던 거 기억 나?"

 

어느덧 팔짱을 낀 채로, 소운은 자신의 단말기를 꺼내 어젯밤 찾아둔 사진을 세한에게 보내주기 시작했다. 모 애니메이션의 피규어가 일렬로 늘어진 선반과 카페 자리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인형들이 눈에 띄었다. 분위기를 내기 위해 색 있는 조명을 사용한 모양인지, 고양이 인형의 눈이 유독 난색 빛으로 반짝였다. 세한은 소운이 보여주는 사진들을 보며 설마 이 카페에서 사진을 찍을 생각인지를 물었고, 소운은 단말기로 제 입술을 반만 가리며 특유의 장난스러운 낯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턱은 살짝 아래로 당기고, 눈꺼풀을 평소보다 조금 더 동그랗게 띄우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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